망 사용료가 10배, 누구의 잘못일까?

트위치가 쏘아올린 작은 공! 망 사용료 논란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망 사용료에 대한 변화가 없으면 트위치는 2024년 02월 한국에서의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이 사태가 시사하는 바는 꽤 큽니다.
한국의 인터넷 시장이 정말 ‘중국’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보다 10배 비싼 망 사용료, 책임은?

국내의 망 사용료는 타 국가에 비해 꽤 비쌉니다.
트위치에서는 ‘외국에 비해 10배의 망 사용료를 부담하면서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망 사용료를 한국 철수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쩌다가 다른 국가에 비해 비싼 망 사용료를 책정하게 되었을까요?


해저 케이블에 대한 투자 미흡

전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해저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전세계의 네트워크에 연결시킬 수 있으면 1티어 네트워크로 인정받습니다.1정확한 기준은 링크 참고
1티어 네트워크가 되면 다른 통신사로부터 통행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들은 1티어 통신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해저 케이블을 직접 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해저 케이블 외에도 IDC 구축 등의 기준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깔끔하게 모두 충족하지 못함)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티어 2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티어 2는 티어 1에게 트랜짓이라는 망 사용료를 내야됩니다. 일종의 해저 케이블 통행료죠.

우리나라는 왜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지 않았냐구요?

사용자 규모가 적기 때문에 트래픽도 적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일본 케이블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틀었기 때문입니다.2북한 때문에 사실상 섬나라인데…


근시안적 시선과 코로나

사실 스트리밍이 활성화되기 전의 세상에서는 통신 3사의 판단이 맞았습니다.
해외에서 직접 다운로드 받은 누군가가 국내 망에 업로드하게 된다면 직접 다운로드 한 사람의 트래픽만큼만 돈을 지불하면 됐거든요.
하지만 코로나와 OTT의 흥행, 그리고 유튜브의 대성공이 맞물리면서 국내 통신사의 망 이용료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스트리밍은 다운로드와 다르게 매번 트래픽이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1티어 통신사들에게 돈을 많이 줘야 한다는 말이죠.

그래서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좋은 제안을 합니다.
‘캐시 서버를 설치해줄테니, 망 이용료 싸게 해달라’
통신 3사는 이 조건을 수락하고 이때부터 통신사와 협약된 요금제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역차별 문제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캐시 서버를 제공하고 받은 망 사용료 할인(or 면책)은 국내 서비스 업체들에게는 마치 역차별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같은 업체들이 목소리를 모았고, 통신 3사는 캐시 서버를 제공받은 사실은 까마득히 잊고 유튜브와 넷플릭스에게 칼을 들이밀게 됩니다.

통신 3사와 빅테크 기업의 소송이 시작됐고, 방통위에서는 중재를 하려고 보니 이게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겉으로는 해외 빅테크 기업이 통신 3사의 인프라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구글 같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컨텐츠 공급망)은 거의 1티어 네트워크라 불러도 무방하기 때문에, 넷플릭스, 유튜브한테 돈 뜯겠다고 나선다?
오히려 2티어인 통신 3사가 1티어인 구글(유튜브의 모기업)에게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죠.

Google CDN 분포도

결국 넷플릭스, 페이스북, 유튜브와는 별도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트위치 같이 스트리밍이 주력인 업체에게는 통신 3사 쪽의 손해도 좌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경하게 대응했고, 트위치는 ‘에라이’ 하고 나가버린 것이죠.


갈라파고스의 가속화, 이대로 괜찮은가?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이 더 막히지 않을까?’하는 우려입니다.
아니 오히려 ‘해외 기업이 들어오고 싶지 않은 국가가 되지 않을까?’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용 가능한 어플 앱
우리가 중국한테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중국을 떠올릴 때 ‘중국에서 장사하면 중국 공안에 다 뺏길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기업이 보기엔 그런 이미지가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좀 잘 나가고 트래픽 발생되면 망 사용료 명분으로 돈 걷어가고, 그거 못 버텨서 나가면 유사한 서비스를 자국 내 기업이 오픈해버린다는 것이죠.

제가 네이버 치지직을 그리 반기지 않는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이렇게 국내 서비스를 런칭해 버리면 대외적인 시선이 좋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유출된 치지직의 인터페이스도 트위치를 빼다 박아서, 마치 사태를 알고 있었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마치며

빅테크 기업이 대부분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국내 통신사의 망 사용료 부과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국제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이 사안을 우리가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는 이미 인터넷 이용료를 지불했는데, 자기들끼리의 계약 관계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5G도 한다고 거짓말을 했던 국내 통신 3사가 하는 주장이라면 더더욱 신뢰를 받기 힘들죠.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기업이 이익을 위해 주장하는데,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다면?
소비자는 소비자의 이익을 생각하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통신 3사 때문에 점점 중국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외국 컨텐츠가 들어오기 힘들어지고 있어요.
망 사용료에 대한 논의는 일시 중지 상태입니다.
폐지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슬쩍 다시 시작하려고 들거에요.

지금은 트위치지만, 언젠가는 유튜브나 해외 컨텐츠 서비스들을 정조준 할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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