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후기(스포, 쿠키): 명품 연기와 아쉬운 연출

영화값이 많이 오르면서 극장에 발을 디디기가 꺼려지는 요즘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서울의 봄과 노량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비싸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드릴 영화는 ‘노량’입니다.

본 포스팅은 약간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실 역사극이라… 역사적 사실이 스포…
먼저 영수증 인증부터!


‘노량’ 쿠키 있다.

명량 → 한산 → 노량으로 이어지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시리즈 작품의 마지막 영화라서 쿠키가 없을 줄 알았는데 있었습니다.

쿠키는 단 하나.

굉장히 의외의 인물이 나오는데, 이제훈 배우가 나옵니다.
이순신 장군의 노량 해전이 끝난 후에 순천성에서 대장별을 바라보는 세자 광해(이제훈 배우)를 보여주며 권율 장군과 이야기를 나누며 왜구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것이 전반적인 내용입니다.
혹자는 김한민 감독의 후속작 떡밥이 아니냐 하시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의미보다는 김한민 감독의 트릴로지를 정리하려는 의도가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시간 40분의 긴 전투씬, 조금은 아쉬운 연출

이번에 감독 인터뷰에서 밝히기로 전투씬의 길이는 1시간 40분으로 이순신 3부작 중에 가장 긴 전투씬을 보여줍니다.
영화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 가량되기 때문에 절반 이상이 전투라는 이야기입니다.
긴 전투는 즐거움을 주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① 이순신의 꿈 속의 고어한 연출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컷
노량: 죽음의 바다 – 이순신

여느 사극이 그렇듯이 전투는 후반에 긴 호흡으로 끌어갑니다.
그래서 전투 전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위압감 넘치는 적군을 묘사하는 등의 장치를 하게 되는데, 이번 노량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가족을 잃은 슬픔에 대한 고어한 묘사가 주를 이뤘습니다.
죽은 자에 대한 회상과 아들을 잃은 슬픔을 묘사하려는 시도였겠지만 저는 오히려 조금은 ‘무섭고 기괴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② 진짜 조금 아쉬운 전투 장면

노량: 죽음의 바다

노량해전 자체가 난전이기 때문에 어떻게 연출될 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백병전은 3부작 중에 가장 좋았고 대규모로 이뤄지는 난전 속에 아주 긴장감 넘치는 카메라 워크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이순신 장군이 북을 치러가는 과정에 침묵의 연출은 혼란스러운 이순신 장군의 내면을 잘 드러낸 연출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전작에서 잘 연출했던 함선을 회전시켜서 함포 사격을 하는 장면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이 연출이 역사적 고증으로도 존재하고 전략적 우위에 있을 수 있는 기믹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연출했다면 해상에서 더 긴박한 전투 장면을 이끌어냈을 것 같습니다.


3부작 중 최고의 이순신, 모든 배우가 빛났다.

어느 배우 하나 거를 타선이 없습니다.

3부작 중에 가장 이순신을 잘 연기했다고 생각되는 김윤석 배우.
이순신이 먼저 떠나보낸 이에 대한 그리움과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난무하는 정치질에 대한 회의감을 특유의 ‘슬프고 공허한 눈’으로 잘 표현해냅니다.

명나라 장수를 연기한 정재영 배우와 허준호 배우의 열연도 좋았습니다.
진린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무능하게 그린 것은 아쉽지만, 의리는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잘 그려냈습니다.

등자룡을 연기한 허준호 배우는 정말 ‘중국 사극에서 데려온 것 아닐까?’싶을 정도였습니다.
외모도, 감정선으로도 너무 중국 장수같은 느낌이 드는 연기였습니다.

연출에 대한 호불호는 있지만 시마즈를 연기한 백윤식 배우의 북소리 혐오(?) 연기는 거북선을 격퇴해본 경험이 있는 시마즈의 자신감이 두려움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잘 표현했습니다.
특히,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던 ‘귀신’으로 불리던 장수도 연약한 인간임을 잘 나타낸 장면이었습니다.

하라노부를 연기한 이규형 배우항왜 준사를 연기한 김성규 배우 그리고 이순신의 아들을 연기한 안보현 배우 외에 모든 조연들이 배역과 하나된 듯이 연기하니까 발연기가 싫은 분들에게 강추드립니다.


마치며

솔직히 연출은 한산보다 못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력과 스토리는 3부작 중에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역사적 배경에 대해 조금 알고 보시면 더 재밌습니다.
특히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으면서 일본 내의 정치적 상황 변화에 대해 미리 알고 보시면 일본 장수를 연기한 배우들의 감정선을 더 자세히 맛보실 수 있을거에요.
크리스마스 연휴, 영화를 볼 계획이라면 명품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빛나는 ‘노량’ 어떠실가요?

다음에는 노량에서 잘 지킨 고증과 지키지 못한 고증에 대한 포스팅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속 진실과 거짓

노량 속 고증 오류를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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