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영화 속 고증 오류에 대해 알아보자

김한민 감독이 달려온 10년의 서사, 이순신 3부작이 노량: 죽음의 바다로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영화 노량 속의 고증이 잘 된 부분과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을 알아보겠습니다.

조선의 이야기

① 노량해전, 거북선은 없었다.

이순신 장군의 상징하면 거북선이죠. 하지만 거북선은 노량해전에 참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참전할 수 없었습니다. 조선과 일본의 기록 어디에도 거북선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데요.
이유는 영화에서 시마즈가 말하는 ‘칠천량에서 내가 분명히 침몰시켰는데…’ 하는 식의 대사가 힌트입니다.

칠천량해전은 1597년 8월 27일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흔히 ‘원균은 무능한 장수였다.’고 평가하는 근거가 되는 해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노량해전은 1598년 12월 16일에 일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시기상 ‘1년 3개월의 시간이 있으니까’ 거북선 충분히 건조할 수 있지 않느냐?

정답은 힘들다 입니다.
이유는 1가지입니다. 원균이 칠천량에서 해먹은 배의 규모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원균이 트롤짓한 판옥선을 매꾸는 것만해도 엄청난 과제였습니다.

심지어 칠천량해전과 노량해전 사이에는

“어란포, 벽파진, 명량, 절이도 해전과 왜교성 전투까지”

너무 많은 전투가 있었습니다. 거북선을 건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었죠.

무능무능 원균

칠천량 해전 전에 이순신 장군은 판옥선 134척과 생산중인 판옥선 48척, 거북선 3척, 병력 17,000명 그리고 화약 4,000근 등을 비축하며 임진왜란 기간 동안 최고의 폼을 유지합니다. 특히 화약 4,000근은 임진년에서 계사년까지 2년 간 조선 육군이 생산한 화약보다 많은 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순신의 득세를 두려워한 조정에서 원균을 통제사로 앉히고 이순신 장군을 압송시키면서 일은 틀어집니다.
원균은 칠천량 해전에 160척의 판옥선과 거북선 3척을 출전시켰지만, 12척의 판옥선만 가지고 돌아오고 나머지 배들은 침몰당하거나 후퇴하며 스스로 불질러버렸습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이 상황이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적군의 수장으로 나오는 ‘시마즈 요시히로'(백윤식 역)가 ‘칠천량 해전에서 거북선 3척을 침몰시켰는데, 거북선을 다시 만들어 온 것이냐!’ 하는 식의 대사가 있는 것입니다.
시마즈 입장에서는 진짜 이해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죠.
감독도 역사적 사실은 알지만, 이순신 장군의 아이덴티티를 마지막 해전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② 북을 친 것은 아들이 아닌 ‘손문욱’

영화에서는 이순신의 첫째 아들인 이회 역의 안보현 배우가 북을 치는 것으로 나옵니다만, 사실은 이순신 장군이 총상을 입고 쓰러지자 손문욱이 북채를 이어받았습니다.
이는 선조신록에 나와있는 내용으로 ‘이덕형’과 ‘권율’에 의해 교차 보고되었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후에 인조가 반정을 통해 집권하며 선조신록을 수정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조카 ‘이완’이 북을 친 것이라고 고치게 되는데, 이는 인조가 반대정파인 손문욱의 전공을 축소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이순신 장군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계속 나타냈기 때문에 아들이 북채를 잡는 연출을 한 것으로 보이네요. 저도 같은 장면을 연출하라하면 아들에게 북채를 쥐어줄 것 같습니다.


명나라의 이야기

① 진린은 소극적이지 않았다.

진린 등자룡

진린(정재영 배우)과 등자룡(허준호배우)을 필두로하는 명나라 수군은 영화에서 묘사된 것과는 다르게 적극적인 자세로 해전에 임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완전 밍기적대고 구경만하는 느낌이지만, 진린은 00시~02시의 해전 초반부터 도독기를 높이 올리고 북을 치며 왜군과 교전하고 있었죠.

사실 명나라 본국으로 확전될 수 없는 임진왜란 후기여서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기간 동안 보급과 전리품을 챙겨주며 극진히 대접한 덕분인지 이들은 마치 자신들의 전쟁인 것처럼 열심히 싸웠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진린은 수많은 해전에서 이순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요즘 말로 ‘이순신의 빠돌이’가 되어버립니다.
실제로 이순신 장군의 나이가 2살 어림에도 ‘노야’라고 부르며 존중하고 가마가 행차하는 과정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가마보다 앞에 나가지 않도록 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습니다.
해전이 끝난 이후에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목도한 진린은 목놓아 울며 이순신 장군을 애도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② 판옥선은 진린과 등자룡 모두에게 주었다.

판옥선
조선의 판옥선

문제는 임진왜란 당시에 배의 전투력이 조선 > 왜 > 명나라 순이었기 때문에 명나라는 해전 자체가 힘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화에서 등자룡에게만 판옥선을 주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사실은 진린과 등자룡 모두에게 주었으며, 두 장군 모두 장군선으로 사용하여 전투에 참가했습니다.

③ 등자룡의 죽음과 진린의 위기

등자룡은 시마즈의 함선에서 월도를 휘두르다가 죽는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은 명나라 수군의 함포 오인 사격으로 인해 배에 불이 붙게 되고, 이로 인해 왜군에게 어그로가 끌려서 집중 포화를 맞고 월선한 왜구와 백병전 중 본인의 장군선에서 전사했습니다.

시마즈 진린

그리고 진린도 생포 직전의 위기에 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해낸 것은 항왜 준사가 아니라 이순신 장군이었습니다. 등자룡을 침몰시킨 왜군이 진린을 향해 돌격하자 이순신 장군은 함포 사격을 통해 진린을 구해냅니다.

아무래도 이순신 장군에 초점을 맞춘 영화기도 하고 완전히 없는 사실로 왜곡한 것은 아니어서 영화에서 극적인 연출을 위한 약간의 각색으로 봐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명나라 진린이라는 인물이 역사적으로 굉장히 흥미롭고 이순신 장군과의 캐미가 뛰어난 인물인데, 조금 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서 이야기했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정재영 배우가 연기하는 이순신 빠돌이 ‘진린’의 이야기를 다시 보고 싶네요.


왜구의 이야기

① 시마즈는 살아서 돌아갔다.

시마즈

영화 후반부의 시마즈가 북소리를 혐오하며 굉장히 괴로워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영화는 절정을 지나게 됩니다.
이때, 시마즈가 죽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사실은 살아서 돌아가며, 세키가하라 전투에도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탈출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는데요.
영화에서 관음포에 포위되는데 이때, 관음포에 숨어서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몇 번을 시도하다가 겨우 본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휘하에 있던 대규모 함대는 대부분 수장당하고 몸만 겨우 피신하는 수준으로 ‘귀신 시마즈’는 진짜 귀신이 될 뻔합니다.

② 하루노부는 죽지 않았다.

하루노부

이번 영화에서 시마즈에 의해 혀가 잘리고 세키부네에 시체로 떠내려오는 아리마 하라노부(이규형 배우).
고니시가 시마즈에 대해 분노하는 장치로 소모된 아리마 하루노부는 사실 고니시 유키나가보다 12년이나 더 오래 삽니다.
심지어 임진왜란 후에 벌어지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고니시 유키나가와 반대편에서 싸우는 등 상당히 서사가 복잡한 인물입니다.

그럼 왜 감독은 하라노부를 죽였는가? 하면
‘고니시’가 통수를 치는데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에 뭔가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죠.
실제로 고니시는 시마즈에게 원군을 요청하고 이순신 장군의 포위선이 물러나자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도망갑니다. 통수왕 고니시

근데 영화로 이걸 그대로 만들면 좀 빈약하잖아요. 그래서 군신 관계처럼 묘사하고 죽여버리면서 시마즈와의 갈등 장치를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③ 고니시와 하루노부는 군신관계가 아니다.

고니시 하루노부
고니시 유키나가와 아리마 하라노부

영화 초반에 순천왜성에 고립된 고니시 유키나가와 아리마 하루노부(이규형 배우)의 대화를 보면 마치 하루노부가 고니시의 부하인 것처럼 묘사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고니시 유키나가도 다이묘, 아리마 하루노부도 다이묘라서 둘은 대등한 관계라고 봐야 합니다.


마치며

이 외에도 약간씩 고증에 대한 오류가 있지만 저는 고증을 완벽하게 지키면 오히려 영화적 재미가 반감된다 생각하여 과도한 고증 오류가 아니면 제외하였습니다.
그리고 노량은 고증이 잘된 부분이 더 많습니다.
노량해전의 왜군 수장을 고니시가 아닌 시마즈로 설정한 것과 신기전이 등장하는 것 그리고 백병전 위주의 치열한 전투 양상 등 손에 땀을 쥐는 연출은 즐거움을 줬습니다.

알고보면 더 재밌는 ‘노량: 죽음의 바다’. 보고 나왔을 때는 아쉬웠는데, 곱씹어보니 이정도면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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